반려식물 키트 수출과 K-가드닝 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
K-라이프스타일 확장과 가드닝 산업의 부상
K-푸드, K-뷰티에 이어 이제는 K-가드닝(K-Gardening)이라는 새로운 문화 수출 흐름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식물 재배를 넘어, 한국 특유의 감성, 정서, 정갈한 인테리어 감각이 결합된 실내 식물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반려식물 키트라는 독창적 제품군이 있다. 반려식물 키트는 초보자도 손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토분, 흙, 종자, 설명서, 인테리어 소품 등을 함께 구성한 상품으로, 사용자의 감정과 취향에 맞춰 설계된 맞춤형 생태 경험으로 평가받는다.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실내 공간과 심리 안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단순한 식물 장식이 아닌 정서적 교감 수단으로서의 식물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는 “식물을 키우는 나를 위한 힐링 루틴”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감각적으로 완성하고자 한다. 이런 트렌드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등에서도 확산 중이다.
한국의 반려식물 키트는 단순히 식물 상품을 구성하는 수준을 넘어, 디자인, 감성, 디지털 요소를 결합한 통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 센서로 물 주는 시기를 알리거나, 전용 앱을 통해 식물 상태를 기록하고 성장일기를 작성하는 방식은 기술과 감성이 공존하는 K-가드닝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서 브랜드화된 생활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수출 사례와 전략적 확장
현재 한국의 몇몇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반려식물 키트를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하거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로우플랜트’라는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2021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스마트 반려식물 키트를 선보이며 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 물주기 센서, 식물 성장 상태 앱 연동, LED 조명 일체형 화분으로 구성된 이 키트는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실내 정원 애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플랜티카’라는 브랜드는 감성 중심 패키지와 식물 관리 설명서의 영어·일어·불어 다국어 버전을 함께 제공하며, 일본과 유럽 시장에서 반려식물 입문용 키트로 자리잡았다. 2023년 기준 일본 내 월평균 판매량은 5,000세트를 넘었고, 현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진출도 확대 중이다.
이 업체는 “한국 특유의 정리된 미니멀 감성과 식물 키우기를 결합한 것이 해외 시장에서 ‘새롭고 감성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반려식물 키트는 단순한 원예 용품이 아닌, 정서·감성·디지털·디자인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각광받는다. 특히 제품 구성과 콘텐츠 연계가 뛰어난 한국 기업의 강점은 해외 브랜드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며, 이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 KOTRA 등 기관을 통한 해외 전시회 참가, 수출 바우처 활용, 쇼피·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 입점 등 다각적인 유통 전략도 수출 성공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 상품 유통이 아닌, 식물 키우기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수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수출지원 정책과 산업 육성 동향
정부는 반려식물 키트와 같은 생활·환경 콘텐츠의 수출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지원정책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비재 수출 활성화 전략’에 따라, 식물 키트를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을 전략 품목으로 선정해 바우처, 홍보 콘텐츠, 글로벌 유통 채널 연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KOTRA와 협력한 ‘라이프스타일 한류 품목 발굴 사업’은 중소 브랜드가 현지 시장 조사를 통해 맞춤형 수출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고 있다.
2025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농업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도시원예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실내 정원 키트의 표준화, 교육 프로그램 연계, 수출형 식물 상품 패키징 개발 지원 등이 포함될 예정이며, 반려식물 키트가 해당 지원 품목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환경부는 탄소중립 실천 생활용품의 일환으로 식물 기반 키트 상품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녹색제품 인증을 받은 키트는 공공조달 우대, 녹색제품 플랫폼 입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부처가 생활 속 식물 키우기 활동을 문화 산업 및 환경 행동의 일환으로 확대하며, 수출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2024년 소비재 수출 트렌드 보고서’에서 K-가드닝을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언급하며, “디지털 원예, 정서 회복, 지속가능 소비 키워드가 결합된 식물 키트는 차세대 문화 수출 아이템”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앞으로의 정부 정책 방향이 디지털-감성 융합형 그린콘텐츠 산업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K-가드닝 산업의 확장 전략과 과제
반려식물 키트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선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우선 디자인, 식물학, UX, 포장 등 다양한 전문 영역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감성 식물 키트’를 위한 콘텐츠 제작 역량도 함께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 브랜드 간 컨소시엄 구성, 소재 공동 개발, 지역 디자인센터 협업이 중요하다.
또한 해외 소비자 맞춤형 제품 구성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기후, 문화, 소비 성향이 다르므로, 식물의 종류, 설명 방식, 돌봄 주기, 언어 지원 등을 현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실내 공기 정화 기능이 강조되는 반면, 동남아에서는 열대식물의 생존력과 시각적 화려함이 더 인기를 끌 수 있다. 이런 요소를 분석하고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디지털 요소를 강화하는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 앱을 통해 식물 상태를 기록하고, 물 주는 알림을 제공하며, 사용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의 부가 기능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단순한 키트 판매를 넘어, ‘나만의 식물 루틴’을 설계해주는 서비스로 전환될 수 있으며, 장기적 수익 모델로도 연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외교 차원의 활용도 가능하다. K-가드닝 키트는 해외 한국문화원, 한인학교,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 등과 결합하여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진출을 넘어 문화적 영향력 확장의 통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