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기반 지역 재생 사례와 주민 공동체 회복
식물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회복력
도시는 사람보다 점차 건축물로 채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골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이웃 간의 인사가 오갔던 공간들이 이제는 침묵한 채 회색빛 건물로 채워 있다. 이런 도시 환경 속에서 지역 공동체는 점점 약화되고 있고, 고립과 단절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지역 재생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 중 하나로, 최근에는 단순한 도시 정비를 넘어 주민 참여와 정서적 회복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물, 특히 반려식물 개념을 적용한 공동체 사업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식물은 개인의 정서 회복 수단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 간의 교류를 유도하고 공간을 공동으로 가꾸는 수단이 된다. 식물을 함께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대화, 협업, 감정 공유는 주민 간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체 정체성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 이는 단순히 도시녹화를 넘어서는 효과이며, 사회적 관계망 회복이라는 궁극적 지역 재생의 목적과도 직접 연결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활력이 약해진 지역에서 반려식물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활동은 외부 예산보다 지속 가능하며, 주민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도 식물 기반 커뮤니티 정원 조성, 주민 참여형 실내 녹화 사업 등이 포함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이 스스로 운영하고 돌보는 구조가 많아 자율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실제 사례로 본 반려식물 기반 지역 재생
서울 성북구 장위동은 과거 철거와 이주가 반복되며 공동체 기반이 거의 무너진 지역이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시작된 ‘골목 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소규모 플랜터를 공동 제작하고, 각자의 반려식물을 하나씩 기부받아 함께 키우는 활동이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골목을 녹색으로 채우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이 매주 모여 식물 상태를 점검하고 서로 돌봄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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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의 ‘반려식물 마을회관’ 조성 사례도 인상적이다. 노후화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며, 실내를 반려식물 중심의 휴식 공간으로 구성하고 지역 어르신들과 청년이 함께 식물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생겼으며, 청년은 어르신에게 식물 키우는 디지털 기기를 알려주고, 어르신은 식물 재배 경험을 나누는 식으로 상호작용이 이뤄졌다. 이곳은 현재 지역 주민들이 매주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외부 지원 없이 자율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부산 영도구에서는 반려식물로 꾸민 공동 베란다 프로젝트를 통해 다가구 주택 주민 간 관계 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건물별로 공유 공간에 식물을 배치하고, 각 가정에서 돌아가며 물을 주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이 공간을 중심으로 아이들 생일을 함께 축하하거나 마을 축제를 개최하는 등 사회적 활동이 생기기 시작했고, 고립된 일상에서 연결된 일상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정책적 흐름과 지원 제도
정부는 지역 재생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도시재생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식물 기반 활동과 결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주민 중심, 지역 맞춤형 재생’을 핵심으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요소로 커뮤니티 가드닝, 소규모 정원 조성, 실내녹화 등이 포함된다. 특히 2024년 이후에는 도시정책의 녹색 전환을 강조하면서, 기후 적응형 도시재생과 녹색복지라는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정원사 양성사업’을 통해 식물 기반 지역 활동가를 육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골목 정원, 복지시설 실내식물 조성, 공동체 공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기 일자리 제공을 넘어, 마을 리더로서 활동하는 시민 참여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반려식물 돌봄을 매개로 한 소규모 모임 지원 정책은 고립 위험군 대상 공동체 연결 프로그램으로 기능하고 있다.
환경부도 지역 단위 녹색복지사업의 하나로 실내 식물 기반 ‘마을숲 키우기’ 프로젝트를 일부 지자체와 협력해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지역 내 유휴 공간에 시민 참여형 식물 공간을 조성하고, 반려식물 돌봄 교육과 워크숍을 운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도시농업법에 따라 시·도별 도시농업센터와 연계해 실내형 식물 키트 제공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정서적 공백 해소와 사회적 연결성 증진의 이중 효과를 노린다.
공동체 중심 반려식물 활용의 확장 방향
반려식물을 활용한 지역 재생은 단순한 실내정원 만들기를 넘어선다. 핵심은 주민이 직접 식물을 관리하고, 이를 매개로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자발적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구조는 외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야 지속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소규모 커뮤니티 정원 조성 사업에 반려식물 키트와 교육을 포함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한 조경예산이 아닌, 공동체 회복 예산의 일부로 책정되어야 하며, 돌봄 교육, 주민 리더 양성, 운영 매뉴얼 등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노인,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지역 내 사회적 고립층을 자연스럽게 공동체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주민 주도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장비나 식물 공급 외에도 ‘시간과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마을센터, 주민자치회관, 아파트 커뮤니티룸 등 일상적으로 접근 가능한 공간에 식물 교환 행사나 돌봄 일지 공유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이때 지자체의 역할은 공간과 물자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 간 연결을 설계하고, 초기 참여를 유도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반려식물은 지역 내 신뢰 회복과 정서적 공백을 채우는 매개체다. 도시가 단절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식물처럼 조용하지만 꾸준히 생명을 유지하는 매개가 필요하며, 반려식물은 그 역할을 조용히 수행할 수 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