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식물

노인복지시설에서의 반려식물 활용 치매 예방 프로그램 사례 분석

EJ에요 2025. 7. 21. 10:00

고령화 사회 속 식물 기반 돌봄의 필요성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치매이다.
 

치매 예방 식물 프로그램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을 잃는 질환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과 가족의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질병이다. 치매 발병률을 낮추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약물 중심 접근이 아닌 비약물적 치유 접근 방식, 특히 자연과의 교감이을 통한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반려식물이 있다. 식물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감각을 자극하고 손을 움직이게 하며 기억을 소환하게 만드는 생명체다. 특히 복잡하지 않은 돌봄 방식과 꾸준한 반응으로 인해, 식물을 돌보는 행위는 노인들에게 성취감과 정서적 위안을 동시에 제공한다.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이런 반려식물의 특성을 활용해 치매 예방과 정서 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점차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복지재단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식물 관리 프로그램에 6주간 참여한 경도 인지 장애 노인군은 인지 기능 검사(MMSE-K) 점수에서 평균 2.3점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약물 치료와 병행했을 때보다 자연 회복력 기반 인지 개선 효과가 높다는 것을 시사하며, 반려식물의 돌봄이 인지 유지와 정서 회복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반려식물을 활용한 실제 프로그램 사례

현재 노인복지시설에서 진행 중인 반려식물 프로그램은 단순히 식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체계적인 교육과 실천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요양원, 데이케어센터, 노인주간보호시설 등에서 식물 기반 치유활동을 정기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A 노인요양센터에서는 2022년부터 ‘기억의 정원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치매 초기 노인을 대상으로 식물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화분에 식물을 심는 활동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두 차례 물 주기, 잎 상태 점검, 식물 이름 정하기, 성장 기록지 작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자는 프로그램 시작 전과 종료 후 MMSE-K 검사와 GDS(노인우울척도) 검사를 받게 되며, 평균적으로 인지 점수는 2점 이상 향상되고, 우울감 수치도 30% 이상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라북도 익산시 노인복지관에서는 치매 고위험군 어르신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입양 사업'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 개인이 각자 식물을 키우며, 매주 복지사와의 화상 상담을 통해 식물 상태와 자신의 기억을 함께 기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식물 이름을 기억하고, 물 준 날짜를 기록하는 것이 인지 훈련으로 작용했다. 참여자 대부분이 “식물이 있으니 말이 늘고,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고 응답했으며, 대화의 주제가 늘어나면서 시설 내 사회적 교류 또한 활발해졌다는 부가 효과도 보고되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 연계 동향

정부는 치매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식물 기반 프로그램을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부터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개편안’에 따라, 기존 정서지원 중심 방문서비스에서 참여 기반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식물 돌봄 키트를 돌봄 인력이 정기 방문 시 함께 관리하는 형태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치매안심센터는 2023년부터 ‘식물과 함께하는 기억회복’이라는 명칭으로 반려식물 활용 예방 프로그램을 각 구별 센터에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치매조기검진과 상담서비스와 병행되어, 대상자에게 인지 강화 활동을 제공하는 비약물형 치유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의 68%는 “식물 돌봄이 나만의 기억 관리 방식이 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농업 확산과 고령친화형 정책을 결합하여, ‘고령자 실내농업 체험공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예산을 활용해 노인복지시설 내 식물 돌봄 공간을 설치하거나, 지역 도시농업센터와 연계해 주 1회 식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농업, 복지, 보건 영역의 협업을 통해 반려식물을 정서관리 도구로 제도화하려는 초기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식물 돌봄의 미래 방향

반려식물을 활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은 앞으로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는 주로 프로그램 중심, 단발성 체험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인 치유 효과를 위해서는 일상화된 관리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요양시설이나 복지관 내부에 식물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노인의 개인 생활 공간 내 식물 배치도 중요한 요소다.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고령자에겐 반려식물 키트를 지원하고, 관리 노트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정 내 돌봄 루틴을 형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치매 고위험군 식물 관리 키트 보급사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서적 기능에 국한하지 않고, 식물 돌봄을 인지 치료의 일부로 제도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MMSE 검사 전후 비교뿐 아니라, 특정 식물 이름을 기억하거나 관리 기록을 쓰는 과제를 정기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기억 자극 루틴’이 실제 치료 효과로 인정받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치료사, 간호사, 도시농업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며, 관련 매뉴얼이 전국 단위로 표준화된다면 다양한 복지시설에서 손쉽게 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