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과 아이가 함께 자라는 교육적 효과
감각과 정서를 자극하는 식물의 교육적 가치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 감각, 사고는 모두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자연과의 접촉은 아이의 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시 중심의 주거 환경에서는 자연을 직접 체험할 기회가 줄어들며, 아이들이 자연 생명과 교감하는 경험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 즉 반려식물은 어린이에게 있어 훌륭한 교육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려식물은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닌, 자라나는 생명체다. 매일 물을 주고, 잎을 닦고, 자라는 속도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책임감을 배우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자연을 인식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의 손으로 무언가를 돌보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존감을 길러주는 교육적 효과를 지닌다.
영유아기부터 초등 시기에 걸쳐 아이가 직접 식물을 키워보는 과정은 오감 자극과 감정 조절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특히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정서적 불안이 있는 아동에게 식물 관찰과 관리 활동은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하며, 놀이와 학습을 연결하는 실천적 교육 방식으로 작용한다.
식물을 통한 교육의 구체적 효과와 사례
반려식물을 아이와 함께 키울 때 나타나는 교육적 효과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첫째는 책임감과 돌봄 습관이다. 아이는 물을 주는 시간, 빛이 잘 드는 곳에 식물을 옮겨주는 행위 등을 반복하면서 ‘누군가를 보살피는 역할’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부모는 간섭보다는 지켜보는 방식으로 관찰하며, 식물의 상태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정서적 안정이다. 서울시 아동복지연구센터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 식물 키우기에 참여한 초등학생 그룹은 일반 대조군에 비해 감정 조절 능력, 스트레스 반응 완화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특히 ADHD 경향이 있는 아동에게는 반복적인 식물 관찰과 관리 과정이 정서적 긴장을 낮추는 효과를 줬다.
셋째는 과학적 관찰력과 표현력 향상이다. 식물은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한다. 이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관찰 일기나 식물 성장 차트 같은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다. 초등 통합 교과 과정 중 '생명과 자연', '우리 주변의 변화' 같은 단원과도 연결할 수 있어 실생활 중심의 학습이 가능해진다.
넷째는 자연과의 교감 형성이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을 멀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실내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경험은 생명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는 향후 환경보호, 생명 존중, 공동체 의식까지 확장 가능한 밑거름이 된다.
교육기관 및 지자체 연계 식물 교육 프로그램 사례
최근에는 이러한 반려식물 기반의 아동 교육이 학교, 어린이집, 지역 아동센터에서도 실천 가능한 교육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되면 그 교육 효과는 더욱 확대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024년부터 일부 초등학교에 ‘교실 속 반려식물 키우기’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각 학급에 관리하기 쉬운 식물을 2종 이상 배치하고, 학생들이 돌아가며 물주기와 관찰을 담당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교사는 관찰 일기와 감정 일기 쓰기 과제를 연계하여 생명존중 교육과 정서 안정 교육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지역 도시농업센터와 어린이집이 협력하여 ‘우리 반의 식물 친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5세 이상 유아를 대상으로 작은 화분을 제공하고, 매주 가정에 가져가며 식물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은 식물을 가족처럼 이름 붙이고 그림을 그리며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들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소통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부터 도시농업교육 시범사업 대상에 유아·초등기관을 포함시키면서, 학교와 연계한 실내 식물 교육 확대를 공표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식물과 나의 하루’, ‘자라는 식물, 자라는 나’ 같은 테마 교육이 기획되고 있으며, 식물 키트 제공 예산도 시범적으로 편성되고 있다.
가정 내 실천과 정책적 확대 방향
아이와 함께 반려식물을 키우는 경험은 교육기관에서만 이뤄져야 할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가정 내에서 일상 속 작은 루틴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하루에 한 번 식물 상태를 점검하고, 주말마다 잎을 닦거나 분무해 주는 행동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감각 활동이 된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기다림’과 ‘보살핌’을 배운다.
가정에서 식물 키우기를 실천하려면 먼저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주기 간격이 긴 스투키,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 감각 자극에 좋은 무늬 고무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식물의 이름을 함께 정하고, 키우는 장소를 아이가 선택하게 하면 책임감을 더욱 부여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이처럼 일상 속 식물교육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가정 연계형 프로그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유아 가정에 제공되는 장난감 대여처럼 식물 키트도 지역 장난감 도서관이나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순환 지원하거나, 육아 바우처로 실내 식물 관리 키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아동수당 대상 가정에 ‘반려식물 입문 키트’를 선택 지원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반려식물 키우기를 유아기 생태 감수성 교육, 아동 정서발달 프로그램, 초등 연계 환경교육의 일부로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 복지부, 농식품부가 협업하여 도시형 실내식물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전국 초등학교에 보급할 수 있다면 자연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